첫 마라톤 참가 & 완주, 생각만큼 기쁘지 않았다
피니시 라인을 통과하는 순간, 올해 가장 큰 위시리스트 중 하나였던 마라톤 완주에 엄청 감격적이고 행복할 줄 알았지만, 그저 포기하지 않고 끝냈다는 안도감이 컸을 뿐이었다.
완주를 7km 남짓한 남겨두고 자꾸 종아리에 올라오는 쥐에 스트레칭과 스프레이를 뿌려가며 걷고 뛰고를 반복하면서 예상기록은 한참 뒤쳐지는데, 뭔가 최선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자신을 자책하게 되었다.
심장은 더 뛸 수 있다고 좀 더 치고 나가라고 하는데, 종아리 근육과 발목 관절이 말 그대로 발목을 붙잡는 느낌이었다.
이전까지는 충분히 즐거웠었다
올해 달리기를 시작하고 3번의 Half 대회에 참여하면서 이번 춘천 마라톤 전까지 그 준비과정은 늘 즐거웠었다. 조금씩 나아지는 내 자신을 볼 수 있었고, 개인적인 목표와 그 달성에 보람을 느끼며 누가 시키지도 않는 운동을 이렇게 열심히 자발적으로 한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였으니
하지만 풀코스를 준비하며 너무 타인을 의식해서일까? 자꾸 마라톤에 도전하는 다른이들과 비교하며 '나도 이 정도는 해야지’, '이정도 시간 안에는 들어와야지'라는 무리한 기준과 목표를 세우다보니 어느순간 ‘완주 자체가 기쁨’이고 ‘어쨌든 어제보다 나은 나’를 바라보며 즐겁게 달리던 내 모습을 잃어버린 것 같았다.
3km도 못 뛰던 1년 전의 나
1년 전의 나의 상태를 돌이켜보면 풀코스는 언강생심,
러닝머신에서 달릴수 있는 최대 거리가 3km정도에 그 속도도 9km/h(6:40 페이스)가 최대인 수준이었다.
분명 1년 사이 나는 좀 더 빠르고 오래 달릴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했으니 스스로를 인정해주고 칭찬해주어도 괜찮을 법 한데 스스로를 경쟁에 옭아매고 초심을 잃은 것은 아니었을까?
다른 누군가와 비교하고 경쟁하는 내가 아닌
그저 어제의 나와 경쟁하는 것으로 족한, 그렇게 조금씩 나아지는 내 자신을 바라보며 행복하게 달리던 나로 돌아가야지
35km 이후 몸이 버티질 못해 걷다뛰다를 반복하던 막바지 7km가 최선을 다하지 못한 것 같은 찝찝함에 완주의 기쁨보다는 아쉬움이 크지만
마라톤 완주라는 거 한번 해본거잖아,
수고했다 내 자신
춘천마라톤 2024
4:19:08 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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