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메를롯으로 만들었다니 믿기지 않는다.
이 와인은 저에게 메를롯에 대한 편견을 없애준 와인입니다. 그 전까지만 해도 메를롯하면 향은 좋지만 그 바디나 목넘김은 강하지 않은 와인으로 말그대로 "가벼운 와인"으로 치부했었는데요, 이 와인을 와인바 사장님의 소개로 처음 마셔봤을 때 그 탄탄한 구조감과 잘 익은 과육의 느낌이 묵직하게 다가와서 놀랐습니다.
샤토 페트뤼스와 끝까지 경합했던 와인
이 와인이 유명해지기까지 여러가지 사건이 있었는데요, 가장 유명한 것은 스위스에서 열린 와인 전문가 시음평가행사에서 1999년 빈티지 뿌삐유가 최고급 와인을 논할 때 빠지지 않는 샤토 페트뤼스(1990 빈티지)와 최고의 레드와인 선발을 두고 마지막 까지 경합을 벌였던 사건입니다. 이 이야기가 알려지면서 뿌삐유와 뿌삐유의 생산지 까스티용 마을까지 큰 주목을 받게 됩니다.
신의 물방울에 등장했던 뿌삐유
위의 페트뤼스와의 경합했던 이야기를 와인을 소재로 한 만화 신의 물방울에서도 다루고 있습니다. 거기서도 페트뤼스에 못지 않은 와인이라며 바텐더가 주인공에게 추천하는 장면인데요, 이렇게 페트뤼스와 자주 비교가 되는 이유는 같은 프랑스 보르도 지역의 와인이기도 하지만 100% 메를롯으로만 만들어진 와인이라는 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Merlot의 개성을 최대한 발휘하며 Merlot이 가지는 한계를 뛰어넘었다는 점 때문이 아닐까요?
블루베리 칩이 박힌 바닐라 버터쿠키를 먹는 듯한
이 와인에 대한 전반적인 느낌은 오크통의 숙성과정에서 나온 부케가 메를롯의 과실향을 잘 감싸주는 듯 합니다.
옷태가 좋은 신사에게 과하지 않게 어울리는 가죽 자켓을 입혀놓은 느낌이랄까요?
또한 겉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는 이소룡 스타일의 근육을 가지고 있는 탄탄함과 바디감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무엇보다 100%메를롯이라는 점이, 그 편견을 과감하게 깨뜨리는 점이 매력적인 와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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