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sse-Spleen(슬픔이여 안녕)
"시간의 학대를 받는 노예가 되지 않기 위하여 끊임없이 취하라" - 보들레르
시인 보들레르가 사랑한 와인(이라고 홍보하는) 샤스-스플린은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만화 신의 물방울에서 5대 샤또와 견줄만하다는
작가의 드립력
에피소드 내용 때문에 인기를 얻고 있는 와인인데요, "슬픔을 떨쳐버리다"라는 매력적인 네이밍 센스도 그 인기에 한 몫을 하는 것 같습니다.
아무튼 소개하려던 와인은 샤스 스플린은 아니구요...
보들레르의 슬픔가운데 샤스스플린이 있었다면
우리에게도 인생의 한순간을 함께해준 특별한 와인(혹은 다른 술)이 하나쯤은 있지 않을까요?
무가 리제르바 리오하 Muga Reserva Rioja 2008, 2011, 2013 그리고 2014
누군가 제게
지금까지 먹어본 와인들 중 최고로 치는 몇 개를 꼽아보라면
구하기 힘든 와인, 비싼 와인보다도
인생 굵직한 순간에 함께 했던 이 와인이 먼저 떠오릅니다.
반대를 무릅쓰고 강행하던 결혼준비 과정의 갈등이 극에 달하기 전날 폭풍전야, 서로를 격려하며 단둘이 함께한 저녁식사 때,
결국 어찌어찌 성공적으로 결혼식을 치루고 가족이라는 관계로 맞이한 신혼집의 식탁에 앉아 처음 건배를 했던,
힘들게 결정하고 준비한 아내의 이직이 마침내 성공한 몇일 전에 축하하며
함께한 Muga 2008 , 2011, 2013 그리고 2014
이 와인의 가격이나 배경을 넘어 이 와인에 애착을 느낄 수 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는 힘든 시절을 이겨낸 여정의 마일스톤처럼 그 축하와 위로의 자리에 항상 함께 했던 녀석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 때마다 Muga도 아내와 저도 조금씩 다른 빈티지로서의 맛과 색을 내고 있었지만요.
저희에게는 보들레르의 샤스 스플린과 같은 와인인 셈이죠.
이건 어디까지나 주관적인
정작 와인을 구매할 때 일말의 참고 요소가 되지 않는
감상이었구요
당시 와인에 대한 느낌을 기록해 놓았던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무가 리제르바 리오하 2011
정~말 오랜만에 집에서 무작정 와인을 1병 뜯었다. 개인적으로 1병은 나에게는 부담스러운 분량이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리오하 지역의 와인이 땡기는 저녁이라 무작정 코르크를 뽑았다.
"들이대지는 않을께... 다만 내가 템프라니요(주품종)일 수 밖에 없는 이유를 느긋하게 즐겨봐" 라고 말하는 듯한 시원한 산미, 그리고 농익은 자두가 박힌 버터쿠키를 먹는 듯한, 리마리오처럼 느끼하진 않아도 특유의 검은 과일의 컬러를 고소한 감미로 잡아낸 듯한 조화는 그간 '리오하, 템프라니요 좋지 근데 너를 반병이상 마시기엔 미안하지만 조금 버거워' 하던 값싼 템프라니요에 대한 나의 편견을 비웃기라도 하듯 (직설적인 화법에 비해) 다소 완곡한 매력이 있다.
(물론 혹자에게는 이 와인 역시 값싼 그룹에 속할 수도 있겠지마는...)
P.S : 이거 먹고 있으면 목살,삼겹살,막창 생각 납니다. 막 고기구워먹고 싶은 맛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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