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D 비밀번호 : 666-8587-667
육육육 팔오팔칠 육육칠 이제 내 나이 서른
- 더블디(하이쿠)
666-8587-667은 1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한 번도 가을야구(포스트 시즌)를 하지 못했던 LG의 암흑기 시절 순위를 나타내는 비밀번호입니다. 02학번인 제가 대학에 입학한 때부터 서른이 되기까지 LG 트윈스는 리그에서 중간만 해도 갈 수 있는 포스트 시즌을 처참한 성적과 함께 매번 바닥을 헤매던 팀이었습니다.
보통은 어느 스포츠 구단의 팬이 된다고 할 때 주목할만한 성적이나 스타성 있는 선수 같은 계기가 있어야 하는데, 저의 경우는 단순히 "처음 야구장 관람을 한 것이 마침 LG트윈스 응원석이어서" 엉겁결에 LG라는 팀의 팬이 되었습니다. 그 당시에만 해도 이 팀이 이렇게 야구를 못하는 팀인 줄은 모르고 말이죠.
당시 LG는 아무리 선수를 사다주고, 감독을 수차례 교체하고, 성적 쇄신을 위해 오만 짓을 해도 늘 가을이 되면 남의 잔치를 구경만 하는 하위권 팀의 대명사였습니다. 심지 당시에는 "엘지팬 남친은 인내심이 많고 우직하게 기다릴 줄 아는 믿음직한 사람이다"라는 농담이 있을 정도였으니까요. 하긴 그도 그럴 것이 온갖 학원에 과외에 좋은 책을 다 사다주며 정성을 쏟아도 지지리 공부를 못하는 자식을 바라보는 심정이라고 할까요? '자식마냥 팀을 버리거나 바꿀 수도 없고...' 마음처럼 매년 아쉬운 성적을 어쩔 수 없이 받아 들일 수 밖에 없는 처지로 LG 트윈스의 팬이 되는 고된 수행을 해왔습니다.
소박한 바람이 하나 있다면 가을에 야구를 보는 것
당시 꼴찌 자리를 도맡던 팀의 팬으로서 바라는 것은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8팀 중 8위를 하던 해에는 "올해도 꼴찌는 좀 그렇잖아, 7위라도 함 해보자"였고 암흑기 시절 최고 성적이던 5위로 시즌을 마무리 하던 해에는 "이제 가을 야구 한번 할 때도 된거 같은데... 어떻게 4위라도 해서 포스트 시즌 구경이라도 해보면 안될까?"라는 마음으로 팀의 4위를 바라며 팀을 응원했습니다.
당시에 야구를 관람한다는 것은 야구가 시작하는 화요일 "이제 좀 이겨서 치고 올라가자!"라는 희망으로 관람을 시작하지만 화,수 내리 패하며 3연전 시리즈를 몽땅 내줄 상황에 처하면 "그래도 스윕(3전 전패)당하는 건 좀 그렇잖아, 1승이라도 제발"라는 마음으로 목요일 지친마음으로 경기를 바라보고 어떻게 가뭄의 단비처럼 1승이라도 하는 날에는 "오오 드디어 이 팀이 좀 달라진 건가? 다음 시리즈부터는 기대해도 되나?"라는 마음으로 금토일 3연전을 기대하게 됩니다. 그렇게 다른 팀과의 주말3연전이 시작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패를 거듭하게 되고 결국 "이 팀은 애시당초 글러먹었어!" "그깟 공놀이가 뭐라고 이렇게 좌지우지되나" "야구를 끊던가 해야지"라는 좌절모드로 진입하게 됩니다. 그러다 야구 없는 월요일이 되면 "다가오는 화수목 3연전 부터는 좀 나아지려나?"라는 헛된 기대와 함께 또 고통과 좌절의 1주를 반복하게 됩니다. 즐거우라고 보는 스포츠 관람이 사서 고통받는 순간이었습니다.
요즘에야 이팀은 당시에는 상상도 못했던 모습으로 4년 연속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며 키움 히어로즈와 플레이오프를 치루고 있습니다만 오히려 매일 야구를 챙겨보며 선수들의 데이터를 하나하나 찾아 볼 정도로 열정적으로 관람을 했던 시기는 암흑기 시절이었던 것 같습니다.
가히 암흑기에 LG팬으로 입문한다는 것은 피학성애자(마조히즘)로 오해할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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