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젤은 생각보다 걸쭉하고 맛이 없다. 한 번도 먹어보지 않았다면 대회 전에 꼭 한 번 시험 삼아 먹어볼 것을 추천한다.첫 참가 때는 13km 즈음에 “난 이걸 왜 뛰고 있는가”라는 물음과 함께 “하프도 이런데 풀코스는 어떻게 뛰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면 두 번째 참가 때는 동일한 자조 섞인 물음이 18km 즈음에 찾아왔다분명 나는 달리기를 했는데 뛰고 난 뒤에 왜 다리 대신 어깨가 뻐근한 것인가막판에 발목을 잡는 것은 심폐지구력이 아니라 무거워진 다리였다. 숨이 차지는 않는데 다리가 무거워져 페이스를 올릴 수가 없었다. 중반 이후 나와 비슷한 페이스의 러너를 만나는 것은 귀인을 만나는 것과 같다. 지쳐서 페이스가 떨어질 때쯤 비슷한 페이스의 러너를 만나면 잠시 그의 (혹은 그녀의) 등만 바라보며 잠시 ..